나의 신혼여행기-포르투에서(1)

다녀온지 1년이 거의 다되어가는 나의 신혼여행. 아마도, 기억저장소 저 너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었던것을 꺼내어 쓰는거니 왜곡된 부분도 많을테고,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사진보다 강렬하게 남은 핵심기억들을 조합해서 기억들이 저멀리 사라지기전에 기록을 남겨본다.(얼마전에 인사이드 아웃을 보았다 ^^)

우리 신혼여행은 내가 가고 싶다고 한 포르투와 신랑이 가고 싶다고 한 로마로 결정이 되었다. 신혼여행지를 결정하고 나서 포르투에 간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기 뭐 볼게 있어요? 왜 가요? 이렇게 물어보곤했다. 글쎄, 왜일까. 처음 포르투갈이란 나라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건 브라질에 있을때. 브라질 청소년들은 성인식을 하는날 여러가지 전통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행을 가는것. 특히 소녀들은 포르투갈로 많이들 간다고 했다. 소녀들이 가고 싶어한 그 나라 포르투갈.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생긴 내 to do list 중 하나가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는것이였고, 어떤 나라를 갈까 고민했을때 그래! 난 포르투갈어를 조금 할줄 아니깐 포르투갈을 가자고 결심했다. 그러다가 이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자신이 다녀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하는 포르투. 도시 중간에 강이 흐르는 포르투. 그렇게 포르투는 나의 로망이 되었다. 

아, 신랑이 로마에 가고 싶은 이유는 영화 점퍼에서 순간이동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유명한 관광지를 순간이동으로 돌아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 로마 콜로세움에서 여자친구랑 데이트 하는 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자기도 언젠가는 저런곳에 여자친구랑 같이 가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래서 우린 콜로세움에 가게 되었다. 나나 신랑이나 시작은 사소한 경험이었지만 그게 마음속에 자라나는 과정을 겪은것이다 :)

이 두군데를 엮어서 가는 비행기표는 친구가 알아봐줬는데, 인천에서 밀라노까지 간 다음 밀라노에서 포르투로 들어갔다가, 나올때는 포르투에서 로마로 갔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노선. 대한항공과 코드쉐어하는 Alitalia 항공에서 예약했는데 이티켓은 안오고 예약번호랑 스케쥴만 떨렁 왔다. 불안했지만 뭐, 잘 예약됐겠지 하고 있다가 하루 전날 자리지정하러 들어가보니 자리지정이 안되네??(코드쉐어로 예약한거라 안되는거였음;) 덜컥 겁이나서 다 늦게 친구에게 민폐끼치며 연락해서,별 문제 없을거란 소릴 듣고, 담날 대한항공 카운터로 수속하러 갔더니 역시 문제없이 발권.^^;
우리가 앉은 옆에는 수녀님이 앉아계셨는데 아마 바티칸이나 이탈리아 어떤 수도원으로 가시는듯 했다. 비행 내내 라틴어로 된 성경 구절을 스마트폰에 넣어 오셔서 그걸 읽고 듣고 그러셨다. 수녀님에게 로마는 어떤곳일까. 아마도 가톨릭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을 바티칸으로 가시는건 어떤 마음일까.

대한항공 로마 직항은 밀라노에서 한번 서는데, 그때 우린 포르투로 환승을 하기 위해 내렸다. 그런데 여기서 또 헤맸던게 환승을 위해 티켓 발권을 해야 하는데 데스크가 아무리 봐도 안보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표지판을 보고 묻고 했지만, 다들 본척 만척 하며 탑승구로 가~ 이말만 하는거다. 아니 난 표가 없다구?! 나중에 면세점에서 착한 이탈리안 청년이 그냥 해당 탑승구로 가있으면 거기서 알아서 해줄거야 ^^ 라고 해주어서 안심했는데, 그래 뭐 살건없고? 응 살건 없어! 고마워~ 하고 돌아서니 미안하더라..ㅎㅎ 탑승구 데스크는 거의 탑승 시간 임박해서 열리고 환승하는 손님은 우리뿐이었던지 갑자기 미스__ 미스터__이러면서 우릴 불러서 가보니 티켓을 주더라! 정말 탑승구로 오기만 하면 되는거였네...휴... 

밀라노 공항에서 마신 커피. 아마 커피를 마시며 초조하게 어떻게 환승을 하나 생각했던거 같다. 

​포르투로 가는 비행기~! 별로 크지 않았다. 그래도 간식도 주고 괜찮았다. 

포르투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다. 고민끝에 첫날밤 숙소는 도심과 공항 사이 중간쯤에 있는 숙소를 골랐다. 혹시 밤에 할증이라도 붙으면 도심까지 가는 택시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한 탓이었는데, 택시비가 많이 비싸진 않아서 그냥 도심까지 택시타고 갔어도 되었을것 같다. 어쨌든 첫째날 숙소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포르토 - 익스포노르. 기억나는게 별로 없이 그냥 무난했던거 같다. 아! 직원들이 영어를 정말 잘함 ㅎㅎ 여행내내 포르투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잘해서 난 포르투갈어를 말할기회가 별로 없었다. 

​짐 풀고 바로 자서 다음날 아침 조식. 포르투에 왔으니 파스테우 디 나타를 먹어야지! 

자, 이제 ​같은 듯 다른 신발을 신고, 가방에는 수영복을 한짐 짊어지고! 꼬우. 왜 수영복을 짊어지고 갔냐면, 여기(Piscina das Marés)를 가려고 했기 때문에. 바닷가에 지은 수영장이라니. 너무 멋있다! 하고 첫번째 행성지로 고른것. 마침 숙소에서 멀지 않았고, 택시를 불러 여길 가주세요 하고- 출발하니 금방 도착했다. 멀리 아파트들이 서있고 주변이 조용하고. 허허벌판인곳에 앞은 바다와 해변이 펼쳐져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막상 가보니 수영장 안이 텅텅 비어있고 시설물은 잠겨있었다. 가을 초입이라서 그랬던건지. 운영을 안하네ㅠㅠ 9월까지 한다며!! 그래도 풍경이 너무 좋아서 이 주변을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저기 보이는 바위 사이가 수영장 공간.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닷가를 산책했다. 여기가 북대서양이겠지. 포르투는 워낙 도우루강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도 있다. 찾아보니 Praia de Leça da Palmeira 라고 한다.

결혼 준비하느라 바빠서 일정을 제대로 안짜고 온 탓에 비행기랑 호텔만 간신히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은 그냥 그날 그날 정해서 다녀서 뭔가 어설펐던 여행일정. 그렇지만 발 닿는대로 걸어도 포르투는 예뻤다.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하고, 바다는 끝도없이 파랗고, 날씨가 정말 좋았다. 
기러기떼들이 한참을 쉬고 있으면,

​강아지가 기러기떼를 쫓아내고, 그런순간들.
한참을 바다를 바라봤고, 맥주를 한잔 마시고, 또 바다를 보고, 그랬다.

신랑에게 나중에, 신혼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물어보니 이 바다라고 했다. 원래도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유럽 어느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나와 함께 손을 잡고 처음 만난 바다를 본 그 순간이 가장 좋았다고 해주어서 기뻤다.

Posted in : 잠든 도시의 미로 at 2015. 7. 24. 09:17 by 초코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