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혼여행기-포르투에서(2)

​맥주 한잔 하고, 슬슬 해변가를 지나 동네산책을 시작했다. 목적(수영)을 상실하고 별다른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근처를 좀 걸어서 구경하다가 택시 잡아서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조금 걷다보니, 마을이 나오고 이런 건물 앞에서 사진도 찍고. 무슨 공공 건물 같았는데, 당시엔 무슨건물인지 짐작할 수 없어서 이게 뭐지 뭐지?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구글지도를 한참 찾아보니 Forte de Leça da Palmeira 라는 건물. 위키에서 검색해보니 former civil parish 옛날시청건물쯤 되나보다. 

한참 근처를 걸어다니며 처음 쓰는 셀카봉에 심취해 사진을 찍다가... 이제 할것도 없으니 돌아가볼까! 했는데, 아무리봐도 택시는 오지 않고, 택시 승강장으로 보이는곳도 없고, 신랑은 급 아까 마신 맥주때문인지 화장실이 가고 싶단다...(아까 카페에서 갔다오지 그랬어요!) 

그때 찾은 보물같은 음식점. 밖에 그릴에선 고기를 굽고 있고 점심시간이라 사람도 엄청 많다. 척봐도 동네식당 같은 곳. 서로 다 아는 사이일거 같고 막 그래 ㅋㅋ 신랑은 첨엔 낯선 분위기에 (관광지 레스토랑 느낌 전혀 아님) 주저주저 하다가 당장 택시도 안잡히고 화장실은 급하고, 일단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급한 볼일 해결했는데 동네식당에 동양인 둘이 들어왔으니 식당분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손짓 발짓으로 메뉴 주문을 해보려 했는데, 여기 메뉴는 음식점 앞에 전단지마냥 붙여놓고 시키는거더라. 한참을 그 앞을 노려봐도 뭔지 모르겠어;;; 의사소통도 안됨. (역시 포어 헛배웠나봐 ㅠㅠ) 식당 웨이트리스분과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막 누굴 불러온다!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소년이 등장 어설픈 영어로 우리에게 통역해준다. 아마 여긴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고 이 집에서 가장 똑똑한가봐 흐흐. 그래도 영어로 설명해주는 생선이름도 잘 모르는건 매한가지. 겨우 메뉴 몇개를 고르려는데 갑자기 그집에서 젤 비싼 메뉴를 먹으래; 비..비싼거 같은데? 근데 여기서 이게 젤 맛있으니깐 이거 먹는게 좋아! 이러니깐. 으응; 그걸로 줘 하고 자리에 앉았다.

​메뉴의 구성은 이랬다. 생선구이와 샐러드+삶은감자와 샹그리아가 나왔다.
사실 우리가 뭘 시킨건지도 몰랐기 때문에 샹그리아가 서빙되었을때 엥 왜 술을 주지? 덤태기 씌우려고 하나 ㅠㅠ 이러면서 두근두근 했지만 술도 맛있고 생선도 맛있고 다 맛있어서 어느새 다 잊고 먹는것에 집중! (그땐 저 생선이 뭐야?? 이랬는데 지금 보니 바깔랴우 같네?)
정말 정말 맛있었다. 그릴에 구운 불맛나는 구운 생선이 맛이 없을리가 :) 우리 신랑 삶은감자 킬런데, 밥대신 삶은 감자가 나오니 좋아 죽는다 ㅎㅎ 신나게 먹고, 택시 정류장까지 물어보고 계산도 하고 나오는데, 생각해보니 가격이 너무 싼거다. 우린 메뉴에서 본 가격의 x2가 되거나 혹은 술값을 덜 받은거라고 생각했다. 돌아가서 너네 계산 잘못한거 아니니? 우리 술도 마셨어! 하고 다시 가서 돈 더낼려고 하니깐, 아니래 그 돈 맞대. 아 이게 전부 한 세트로 그 가격이었던거야?
그러니깐 포르투에서 가장 푸짐하고 가장 저렴하게 먹은 첫끼 식사.

그렇게 안보이던 택시도 밥먹고 딱 나오니 한대가 지나가서, 무사히 잡아서 호텔에 돌아가서 짐을 챙기고 두번째 숙소로 이동했다. airbnb에서 예약한 곳. 
첨엔 개인이 빌려주는 곳인가 했는데, 요즘 포르투에선 괜찮은집이나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빌려 인테리어를 하고 관광객들에게 방을 대여해주는 사업이 많아 졌다고 하더라. 여기도 그중 한곳인것 같은데, 작은 숙박업체라고 해야 하나. 근처에 사무실이 있어서 짐도 맡아주고 포르투 지도 주면서 근처 맛집과 슈퍼마켓도 표시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했다. 친절해라!

​이런 환상적인 뷰를 가진 도우루강 바로 앞의 아파트. 침실 넓은 주방 욕실 거실. 주방과 거실이 직선이고 아일랜드 식탁과 넓직한 조리대가 있는 주방에 서 있으면 요리하면서 거실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도 할수 있고, 바로 앞 강이 보이는 너무너무 멋진 구조. 내집이었으면. 나중에 집을 사게되면 이렇게 탁트인 구조였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포르투 관광!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포르투 크루즈 :) 날씨도 좋고 적당히 해도 져물어가니깐 바로 유람선부터 타기로 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보인다. 아래는 자동차 위는 트램이 지나가는 복층 구조의 다리! 걸어서도 지나갈수 있다. 위로 건너가며 보는 시내풍경과 도우루강은 정말 멋지고! 도우루강쪽으로 내려가면 여러 크루즈회사에서 영업중이니깐 맘에 드는곳에서 타면 된다.

해가 약간 저무는 시간에 타면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볼수 있다. 도우루강을 상류부터 하류까지 거스르며 포르투를 두루 볼수 있어서 첫번째 관광코스로 참 좋았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고 하늘은 파랗고 강변을 따라 지어진 예쁜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내가 지금 정말 포르투에 와있구나 예쁘다 아름답다 생각했다. 꿈이 현실이 된 기분은 꿈같았다고 할밖에.

Posted in : 잠든 도시의 미로 at 2015. 9. 1. 10:37 by 초코슈